영화 줄거리
나는 부산에서 태어났다. 그래서 내 고향 부산을 좋아한다. 아니 사랑한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지금은 고전을 면치 못하는 롯데 자이언츠가 꼴찌를 하더라도 롯데는 부산이기에 늘 응원한다. 그러다 보니 공포 영화를 제외하고 부산을 배경으로 찍은 영화들은 웬만하면 챙겨보는 편이다.
이번에 리뷰할 영화는 부산을 배경으로 제작된 '국제시장'이다. 역대 한국 영화 흥행 순위 4위, 누적 관객 수 14,263,980명을 기록한 대작이 되어 부산 출신으로서 기분이 너무 좋다.
영화의 스토리는 1950년 발발한 한국전쟁을 시작으로 하여 주인공 덕수의 성장 일기를 다룬 영화다. 우리의 부모님, 조부모님 세대가 직접 몸으로 겪은 스토리다.
특히 영화 초반에는 흥남 철수 작전 장면이 등장한다. 민간인을 태운 마지막 배, 메러디스 빅토리호는 군수물자를 싣고 떠나려던 참이었다. 미10군단장의 고문이었던 현봉학 박사가 미군 장군과 선장에게 간곡히 부탁한다. 사람들을 두고 가면 다 몰살당할 것이니 제발 데려가 달라며 애원한다. 장군은 고심 끝에 결단을 내린다. 25만 톤의 군수품을 다 버리고 1만 4천 명의 소중한 생명을 태우고 떠난다. 배가 출항하면서 부두와 공장이 북한군 손에 들어가지 않게 폭파한다. 바로 눈앞에서 자신이 살던 고향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가족과 생이별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순간이었다.
이후 덕수의 가족은 덕수 아버지와 막순이와 이별한 채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아버지가 자신에게 남긴 유언과도 같은 말들을 가슴에 새긴다.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자기 한 몸 희생하는 덕수가 영화를 보는 내내 너무나 안타까웠다. 그때 당시에는 아버지의 말이 곧 법이었다. 그러다 보니 자신의 삶보다 부모의 말에 무조건 순종하고 살아가는 효심 강한 아들 덕수를 볼 수 있다.
덕수는 가족을 위해 돈이 되는 일은 무엇이든 한다. 돈을 많이 준다고 하니 독일로 날아가 광부 생활을 한다. 거기서 예쁜 간호사 영자를 만나게 되고 그들의 러브 스토리가 시작된다. 광산 폭발로 갱도가 무너져 달구와 함께 갇히는 등 정말 산전수전을 다 겪는다. 덕수는 비자가 만료되어 한국으로 돌아오고 사랑하는 덕수를 찾아 독일에서 부산까지 찾아온 영자와 혼인한다.
덕수는 이후 대학에 합격하여 선장의 꿈을 꾸며 행복해했다. 처음으로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다는 것에 감격하는 모습에 눈물이 핑 돌았다. 그러나 결국 그는 가족들을 위해 다시 자신의 꿈을 포기하고 희생해야만 했다. 철없는 막내 끝순이의 결혼자금과 고모가 물려준 가게 꽃분이네를 지키기 위해 월남에 기술자로 가겠다고 어머니에게 선포한다. 아내 영자는 그런 덕수를 속상해하고 답답해한다. 이제 그만 가족을 위하라며 티격태격한다.
마지막 부분 즈음에는 이산가족 찾기 장면이 나오는데 덕수가 늘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던 막순이를 극적으로 찾게 된다. 그때는 정말 많이 울었다. 그 후 미국에서 막순이 가족이 방문하고 온 가족이 함께 모여 덕수 아버지에게 제사를 지내며 영화는 막을 내린다.
덕수, 그는 왜 평생을 희생만 하고 살았을까? 꼬마 아들 덕수에서 할아버지가 된 덕수의 가슴 시리고 안타깝고 슬픈 이야기를 영화에서 만나보길 바란다.
영화 기본 정보 및 주인공 분석
2014년에 제작된 영화 '국제시장'은 다음 해인 2015년에 청룡영화상, 대종상 영화제, 부일영화상, 춘사영화상 등 수많은 영화제에서 수상한 작품이다. 드라마 장르의 영화로 2시간 6분의 러닝타임으로 제작되었다. 또한 12세부터 관람이 가능한 눈물과 감동이 넘치는 따뜻한 가족 영화다.
윤제균 감독이 이 영화의 제작을 맡았다. 배우로는 황정민, 김윤진, 오달수, 정진영, 장영남 등 대한민국에서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출연하여 흥행에 한몫했다고 생각한다. 아무래도 작품이 좋다 보니 좋은 배우들이 캐스팅될 수 있었던 것이 아닌가 싶다.
덕수 (황정민) : 사투리도 자연스럽고 덕수 캐릭터에 자신을 잘 녹여 맛깔스러운 연기를 보여주었다. 1990년 장군의 아들에서 단역으로 출연하기 시작하여 지금은 흥행 보증수표라 불리는 국민 배우 황정민의 연기는 믿고 보면 된다.
영자 (김윤진) : 김윤진은 미국의 드라마 '로스트', '미스트리스' 등에 출연하며 아시아를 대표하는 여배우로 할리우드에 이름을 알렸다. 영자 역할을 통해 그녀만의 한 남자 덕수만 바라보는 순애보를 보여주었다.
달구 (오달수) : 코믹 연기의 달인이라 할 수 있는 달수 형님이 적재적소에서 재미를 더해 주었다. 덕수 친구 '달구'라는 이름부터가 웃음 짓게 만들고 없어서는 안 될 감초 같은 캐릭터다.
덕수 부 (정진영) : 늘 가족을 생각하는 아버지 역의 배우 정진영, 짧지만 강한 인상을 남겨주었다. '왕의 남자'에서 왕 연산 역을 맡았던 연기파 배우다. 2019년에는 '사라진 시간'으로 입봉 한 영화감독이기도 하다. 2020년 21회 부산 영화평론가협회상 신인감독상 수상을 수상했다.
덕수 모 (장영남) : 아버지 대신 늘 가족을 위해 희생하는 아들 덕수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진 엄마 역으로 나온 배우다. 가장 최근에는 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에서 사악한 엄마로 변신한 그녀의 연기도 볼만하다.
개인 감상평
전체적으로 연기를 잘하는 배우들이 한 자리에 모였기 때문에 실망스러운 부분이나 비판이 필요 없는 영화다. 한마디로 잘 만들어진 영화다.
특히 한국전쟁으로 인한 분단의 아픔을 담은 이야기가 가슴을 아프게 했다. 이 영화를 통해 가족이라는 단어가 주는 의미를 좀 더 깊이 깨닫게 되고 마음이 뭉클해졌다.
영화 후반부에서 할아버지가 된 덕수가 혼자 방에 들어와 아버지의 사진을 보며 이렇게 말한다.
“아버지, 내 약속 잘 지켰지예, 이만하면 내 잘 살았지예, 근데 내 진짜 힘들었거든예”
이 대사에서는 눈물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그냥 수도꼭지를 틀어놓은 것처럼 멈추지 않았다. 그의 고생이 마음으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어렸을 적, 피난 가는 배를 타기 위해 식구가 많아 장남 덕수는 여동생 막순이를 업고 배에 올랐다. 배에 다 올라왔을 때쯤 덕수는 동생을 놓쳤고 넋이 나간 채로 막순이의 이름을 불렀다. 그러자 덕수의 아버지는 막순이를 찾으러 갈 준비를 한다. 배에서 내리기 전 아버지는 덕수에게 '가장은 가족을 먼저 생각하라' 당부한다. 그리고 자신의 웃옷을 입혀주었다.
그때 나눈 아버지와의 마지막 대화와 덕수 자신의 살아온 삶을 회상하며 나눈 독백이었던 것이다.
영화 내내 덕수의 희생과 헌신을 보면서 가장의 무게, 끝까지 가족을 지켜야 한다는 마음이 가슴속 깊이 전해졌다.
남북이 갈라져 가족과 생이별을 할 수밖에 없었던 그 당시 상황들을 생각하면 나는 도저히 상상을 할 수가 없다. 겪어 보지 않았으니 100% 공감은 어렵다. 그러나 바로 내 눈앞에서 가족이 죽거나 점점 멀어진다면 기분이 어떨까? 그 상처와 고통은 아마 평생 잊혀지지 않고 꺼낼 때마다 고통스럽지 않을까?
이산가족 찾기 방송 장면을 보며 나의 친할아버지 생각이 났다. 내가 3살 때 돌아가셨는데 그 이유가 이산가족 방송을 보시고 난 후, 북에 두고 온 가족들이 생각나셨던 것 같다고 들었다. 그래서 며칠 동안 굉장히 마음 아파하시며 끙끙 앓으셨다고 한다. 그 후유증이었을까? 며칠 뒤 심근경색으로 하늘나라로 가셨다.
황해도에서 내려와 고향과 가족들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얼마나 크셨을까? 그때 돌아가시지 않고 건강하셨다면 북에 두고 온 가족들 중 한 사람이라도 만날 수 있으셨을 텐데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그때 떠나온 가족들을 하늘나라에서라도 만나실 수 있다면 좋겠다.
개인적인 이야기지만 어렸을 때 국제시장, 깡통시장이라고 불리는 곳에 가본 적이 있다. 영화에 등장하는 꽃분이네는 영화 개봉 이후 관광명소가 될 정도로 국제시장이 엄청 붐비게 되었다는 소식도 들었다.
가슴 따뜻해지고 아버지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게 해주는 영화 '국제시장' 강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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